움베르토 에코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을 읽고
/이세욱 옮김/열린책들
1959년에서 1961년 사이에 '일 베리'의 고정 칼럼 [디아리오 미니모]에 기고하던 글을 모아 단행본으로 출간한 책.
책에 따르면 이 칼럼은'현대 생활에 대한 해학적인 고찰과 문학적인 패러디와 환상적이고 황당 무계한 잡문들이' 주류
책의 목차를 훑어 보면서 흥미가 가는 제목만 골라서 보다가
이러다가 책 한 권 다 못 끝내지 싶어, 어제는 진득하게 자리를 잡고 처음부터 읽기를 시도했습니다...
순서대로 읽다 보니, 제 집중력의 한계가 곧 드러나네요.
원래부터 이 책은 신문에 게재하던 짤막한 에세이를 묶어낸 글이라..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는 것은 큰 의미가 없고, 오히려 관심가는 순대로 읽어 보는 게
훨씬 알맞은 독서법인 것 같습니다...
소설 처럼 전체를 읽어야 작품의 의도가 드러나 완결성을 보여주는 작품이 아닌 에세이는
이렇게 읽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에세이는 '수필'을 의미하지만, 영어에서는 '단편'이나 '소고'에 가깝다고 합니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국내 출판 년도가, 1995년도라 시의성이 떨어지는 글도 더러 있습니다.
또 서로 다른 문화 때문에 이해하기에, 공감하기에 어려운 부분도 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에코의 해학성, 패러디 본능은 시대에 전혀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대를 앞서가는 에코의 풍자 감각 때문에
글을 읽는 내내 저의 느낌은, 울퉁불퉁한 길을 걸어가다가 뻥 뚫린 내리막길을 만나는 기분.
이 책을 번역하신 이세욱 씨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거의 전담해 번역하고 계신 분인데요...
솔직히, 베르나르의 책에서는 그의 번역이 별로 빛나 보이진 않았습니다.(원문과 대조해 본 적은 없지만;;;;;)
원래 소설이기 때문에, 쉽게 읽히는 거지 싶었답니다..
하지만, '장미의 이름'에서부터 적응 안 됐던 에코 특유의 난해하면서도 딱딱한 문장이
이 책에서는 참으로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럽게 읽힐 수 있다는 데 놀랐습니다..
변역서보다는 우리말 책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번역 특유의 어체가 싫어서인데....
이 책은 그런 생각도 말끔히 없애주었습니다.
다만, 이 책이 19년 전에 번역되어서인지, 중간 중간에 모르는 한자어가 많이 나와서
19년의 세월이 실감 나기도 했어요.
얼마 전에 공공도서관의 체계를 세우는 법에 관해 쓸 때는 그렇게 할 말이 많더니,
이 책을 전부 읽은 소감은 이렇게 짧네요.
책은 읽는 양보다는, 읽고 내가 느낀 양에 비례해 할 말이 나오나 봅니다.
아무튼,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하루 중 제일 자주 앉아 있는 곳에 두고
심심할 때마다 들춰 보면, 기분 전환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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