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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봄에 읽기 좋은 책, 장영희의 <생일>을 읽고

by 지구별에 2014. 3. 7.

 

 

봄에 읽기 좋은 책, 장영희의 영미시산책 <생일>을 읽고

 

 

제목에 '봄에 읽기에 좋은 책'이라고 말머리를 달아 보았는데, 최근에 든 어떤 생각 때문이랍니다..

 

소위 베스트셀러 리뷰는 검색으로 조금씩이라도 들어오는데, 이름이 안 알려진 책 리뷰는

 

궁금해할 수조차 없기 때문에 검색 또한 되지 않더라고요

 

아무리 보화 같은 책이라도, 홍보가 안 돼 책의 존재를 모른다면 이렇게 안타까운 일이 또 어디 있을까요...

 

그래서 조금은 구미가 당길 수 있는 제목을 지어 봤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장영희의 영미시 산책 <생일>인데요...

 

 

장영희 씨는 어디선가 얼핏 이름만 들어 알고 있었는데, 마침 서점의 한 책장에서 그 분을 만났습니다.

 

장영희 씨는 어떤 분인가요?  책 커버 한 귀퉁이에 영문학자, 번역가,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나와 있네요.

 

여기에 나와 있지만 않지만 그 분은 소아마비 장애가 있었고, 세 번의 암 투병을 겪으셨다고 합니다. 

 

이 분의 글을 읽으면서 글을 잘 쓰는 비결은 사람의 착한 심성이구나... 를 느꼈는데

 

어떻게 그런 시련 속에서 세상을 어둡게 바라 보지 않고, 따뜻하게  묘사할 수 있는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때 쓰는 말, 비범하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장영희 씨 책 중에 <생일>이 눈에 들어온 것은 시와, 그림 때문이었어요.

 

그림은 김점선 씨란 분이 그리셨는데요, 너무도 화사하고 신선한 그림은 봄날의 푸릇한 기운을

 

그대로 전해주는 느낌입니다.

 

더구나 제가 좋아하는 '시'라는 장르에 영문학자인 장영희 씨의 번역과 해설이기에

 

구매하기에 더 망설임이 없었던 듯합니다.

 

 

 

 

 

이 책은 일간지에 '장영희의 영미시 산책'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칼럼 중에서

 

'사랑'에 관한 시 49편을 따로 모아 책으로 낸 것인데요,  '사랑'이라고 해서 연애시만

 

있는 것은 아니고 다양한 의미의 사랑의 '시'가 담겨 있습니다.

 

 

하나 하나 정성스레 다듬어진 시를 읽으면서 시의 향기에 취하고, 장영희 씨의 해설을 읽으며

 

다른 시각에서 시와 인생을 살펴볼 수 있었어요.

 

그러고 나서 시와 어우러진 그림을 감상하여 생각과 눈을 쉬어 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시간 넘게 책을 보고 있자니, 조금 지루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평온하고 조용하기만 한 일상에서 느끼는 그런 무료함 처럼...

 

그래서 전 책을 덮고야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삶에 찌든 때를 느끼며 다시 한 번 책을 여니, 다시금 장영희 씨 글이 주는

 

따사로움과 감동이 느껴지네요.

 

향수를 만들 때 안 좋은 향수를 몇 방울 첨가하는데, 나쁜 향을 섞음으로써 향수의 진가가 살아난다고 하죠..

 

그것 처럼, 이 책은 삶에 지칠 때 한 번씩 들어와서 맑은 공기도 마시고, 시의 음악을 들으며 쉬어갈 수 있는 책일 듯 해요. 

 

 

책에 있는 시 중에, 시를 쓰는 법에 대한 시가 있어 장영희 씨의 번역을 토대로 저도 한 번 번역해 봤습니다.^ ^

 

 

 

시학

아치볼드 매클리시  – 미국의 시인·극작가(1892~1982).

 

 

시는 생생하고 말이 없어야 한다.
둥그런 과일처럼

 


먹먹해야 한다
엄지에 느껴지는 오래된 메달처럼

 

 

조용해야 한다
이끼가 자라는 창 밑 선반 닳고 닭은 모서리처럼

 

 

시는 말이 없어야 한다

새의 비행처럼

                 *

 

시는 결국 움직임이 없어야 한다
달이 오르는 것처럼

 

 

밤이 얼기설기 얽힌 나무의 잔가지 사이
놓여나듯 떠나는 달처럼

 

 

겨울 나뭇잎 너머로 떠나는 달처럼
기억 사이 사이 마음을 떠나며..

 

 

시는 결국 움직임이 없어야 한다
달이 오르듯


                  *

 

시는 등가를 이루어야 하지만, 실제는 아니다.

 

슬픔의 유구한 역사를 위해서는 텅 빈 현관과 낙업 하나.

 

사랑을 위해서는 서로 몸을 기댄 풀잎들과  바다 위의 불 빛 두 개.

 

시는 뜻을 표하려 하지 말고 있어야 한다.

 

 

Ars Poetica   
by Archibald MacLeish 

 
A poem should be palpable and mute
As a globed fruit,


Dumb
As old medallions to the thumb,

Silent as the sleeve-worn stone
Of casement ledges where the moss has grown—

A poem should be wordless
As the flight of birds.

                 *

A poem should be motionless in time
As the moon climbs,

Leaving, as the moon releases
Twig by twig the night-entangled trees,

Leaving, as the moon behind the winter leaves,
Memory by memory the mind—

A poem should be motionless in time
As the moon climbs.

                  *

A poem should be equal to:
Not true.

For all the history of grief
An empty doorway and a maple leaf.

For love
The leaning grasses and two lights above the sea—

A poem should not mean
But be.

 

 

 

 

박완서 산문집 <두부>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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